어머니께서 반찬을 해주셨네요..
어린시절 어머니는 몸이 안좋으셨습니다.
자주 누워 있곤 했죠..
엄마가 누워있으니 반찬이 제대로 있을리가 없었고... 가끔 엄마가 일어나셔서 반찬을.....몽땅 해놓으면 그걸로 며칠씩 먹고 그랬습니다.
국도 엄청 큰거에 한솥... 그걸로 바닥 보일때까지 먹고....
어느날 친구가 놀러왔는데 먹을게 없어서 김에 밥넣고 김치를 길게 잘라넣어서 김밥을 만들어먹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날 친구가 교실에서 손말이네 집에서 김밥싸먹었는데 맛있었다고 하는데 창피했습니다... 전 반찬이 없어서 그걸 먹인건데...
항상 밑반찬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보니 저의 식습관도 한두가지 반찬에 꽂히게 되더군요..
어느날은 주구장창 깍뚜기만 먹고.... 찬물에 밥말아서 깍두기 먹으면 정말 맛있거든요. 무가 쌀때는 그것만 먹었던 기억이...
어느날은 무채볶은거에 비빕밥만 먹고.... 고추장 비벼 참기름 넣어 먹으면 맛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또 자주 먹었던게.... 새우젓입니다.
그냥 새우젓...
밥에다 젓가락으로 두세마리 올려서 먹으면 어찌나 짠지.... 두숫갈은 금방 먹어버리는 나름 밥도둑....
그런걸먹으면서도 아픈 엄마가 신경쓰일까봐..
"난 깍두기가 제일좋아... 난 이 무채볶은거만 있으면 밥먹을 수 있어..
난 새우젓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 "
그랬더랬죠....
어제는 엄마가 새우젓을 주시면서 "너 새우젓 잘먹은게 기억이 나서 해봤다...."
집에 가져와서 새우젓을 꺼내 먹으려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군요...
어려운 시절을 사셨던 우리 부모님들은 세대가 변하고 환경이 바뀐걸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식들도 자기들처럼 사는것인줄 아셨습니다.
제동생 수학여행간다니까 5천원 줘서 보내서 여행내내 쫄쫄 굶고 다니고...
저도 수학여행간다고 카메라 갖고가고싶다니까...안된다고 해서 친구가 찍어준 사진한장이 전부이고..
옷은 항상 외삼촌이 입던 2~30년전 옷을 가져와서 입었고..
부모님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셨고... 저희도 그걸 당연한줄 알았습니다.
얼마나 옷을 안사줬으면... 엄마가 뱅뱅 남방하나 사준걸 신주단지 모시듯이 입었고....제가 다 입고 나서 제 동생이 그걸 물려 입었고....
그걸 동생이 결혼할때까지 입어서 결혼하고 나서 제수씨가 무슨 걸레같은 옷이 있다고 버렸답니다....TT
친구들이 비싼 옷입고 도시락에 항상 참치캔들고오고 해도... 김치한가지만으로 점심도시락 먹으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와 가끔 어머님은 자기가 무식해서 애들 과자하나 제대로 못사먹였다고 한탄하십니다. 남들처럼 못키워서 후회스럽답니다.
자식들이 남들처럼 해달라고 조르질 않아서 괜찮은줄 알았답니다....
어떻게 남들처럼 해달라고 합니까? 이렇게 키워주시는것도 힘든거 아는데....
오랜만에 새우젓한가지로 밥을 먹으니 정말 맛나네요....역시 밥도둑입니다^^